[레이더L45회] 세금·승계 준비기간 최소5년 걸려…상속보단 증여를

다가오는 베이비붐세대 은퇴…中企 가업승계 전략

기사입력 2018-06-07 09:46:56
최종수정 2018-06-07 18: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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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L / 가업승계 성공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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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일군 회사를 헐값에 넘겨야 한다는 말을 듣고 몇 달째 잠도 못 잤습니다."

부산에서 20년 넘게 선박 부품업체를 꾸려온 60대 김 모씨는 지난해 암 진단을 받고 연매출 500억원 규모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평소 거래하던 보험사에서 상담을 받다가 증여세가 20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졌다. 세금을 내기 위해 회사 지분을 적지 않게 처분했지만 아직도 승계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김씨처럼 '베이비붐 세대' 창업자들이 은퇴를 앞두고 가업승계를 준비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준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대형 법무법인 3곳(태평양·세종·율촌)의 지난해 가업승계 자문 건수는 모두 81건이었다. 2015년 53건, 2016년 49건과 비교하면 50% 이상 늘었다. 다른 로펌들과 회계·세무법인, 은행·증권·보험사 등에서 이뤄지는 자문까지 더하면 전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련 세금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상속·증여세 부담이 점점 커지고 가업승계 요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어서 법률자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6일 매일경제신문 법조·법률 전문섹션 레이더L은 45회를 맞아 중소·중견기업 가업승계를 위한 지상 법률자문을 마련했다.

◆ 핵심은 세금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해 중소기업(500곳)과 중견기업(2979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중소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 중 67.8%가, 중견기업은 70.3%가 '상속세 등 세금 부담'을 가업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실제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까지 더하면 65%에 이른다. 또 지난해까지는 납세자가 3개월 안에 증여세, 6개월 안에 상속세를 자진 신고하면 7% 세액 공제를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5%, 내년엔 3%로 낮아진다. 가업상속공제의 가업영위기간도 15년 이상에서 20년, 30년 이상으로 늘어나 공제한도금액이 줄어들게 됐다. 준비 없이 승계를 추진하다 세금을 감당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를 처분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국내 1위 종자기술 업체 농우바이오는 창업자 사망 후 1200억원대 상속세를 감당 못해 2014년 회사를 매각했다. 생활용품 전문기업 락앤락 김준일 회장도 세금 부담에 승계 계획을 접고 지난해 말 경영권을 홍콩계 사모펀드에 넘겼다.

◆ 상속보다는 증여

전문가들은 규제 부담에도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창업자들에게 "상속보다는 증여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상속은 상속 개시일을 기준으로 그 당시까지의 재산가치 증가분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된다. 또 피상속인의 모든 재산을 합산해 과세한다. 그만큼 세금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업황이라도 악화되면 세금 낼 돈을 제때 마련하기도 어려워진다. 반면 증여는 증여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과세되고 증여 당시 가액으로 평가된다. 최영륜 LAB파트너스 변호사(44·사법연수원 35기)는 "증여는 받는 사람 의지대로 재산 분배가 가능해 자녀 간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업승계 계획을 짜기에는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상장은 양날의 검…신중히 결정해야

전문가들은 "기업공개(IPO)는 신중히 결정하라"고 주문한다. 가업승계를 위해 증여할 경우 세금 면에서 비상장 주식이 더 유리하지만, 회사와 시장 여건에 따라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서다. 상장사의 지분 가치는 시장에서 명확히 결정된다.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세금이 부과된다는 뜻이다. 반면 비상장사의 지분 가치는 정확한 측정이 힘들다. 이 때문에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세금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비상장만이 답은 아니다. 상장사는 미래 성장성 등을 반영해 세금을 매기지만 비상장사는 과거 3개년 실적에 근거해 산정한다. 즉 과거에 비해 사양세에 접어든 업종이라면 상장하는 게, 미래 성장성이 높은 업종이라면 상장하지 않는 게 효과적이다.

◆ 체계적인 후계자 교육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선 체계적인 후계자 교육도 필수다. 최근 한진가(家) 사례에서 보듯 도덕적 문제가 있거나 경영 능력을 덜 갖춘 후계자는 기업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후계자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가업승계에 나선 대다수 기업은 세무 관련 컨설팅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가업승계를 단순히 지분 상속 문제로만 좁게 보는 경향도 강하다. 대개 후계 교육이라면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계자가 임원으로 경영 수업을 받는 게 전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차세대 리더에 대한 철저한 교육 없이는 기업이 절대 장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중견기업연합회 산하 명문장수기업센터 관계자는 "후계자 교육 관련 문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해외 기업과의 교류,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최소 5년 전에 시작하라

지난해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창업자의 평균 연령은 62.6세로 나타났다. '60~70세 미만'이 41.6%로 가장 많았다. 응답 기업 중 67.8%는 "승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2014년(57.2%) 대비 10.6%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승계 준비는 미흡하다.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다 창업자가 지병으로 쓰러지거나 사망한 뒤에야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체계적인 준비 없이 졸속 승계하거나 세금에 대비하지 못해 회사를 매각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김주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45·35기)는 "후계자 교육이나 지배구조 개선, 세금 재원 및 은퇴 자금 마련 등 가업승계를 위한 일련의 과정을 고려하면 적어도 5년 이상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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